
기록은 했는데, 기억은 없다.
1편, 2편을 쓰면서 나름의 시스템을 만들어, 환경을 바꾸었으니 기록이 계속되리라 기대했었다. 슬랙에 기록하면 자동으로
md 파일로 변환되는 파이프라인. 쉽게 남기고, 쉽게 파일로 추출할 수 있도록. 웹과 apple 숏컷까지, 그럴듯해보였다.슬랙을 열고, 채널로 이동하고, 텍스트를 입력하기까지 얼핏 보면 간단한 워크플로우처럼 보였지만 업무 맥락에서 튀어나와 개인 기록 모드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개인 기록용 워크스페이스부터 웹앱과 md 파일 자산화 파이프라인까지 구성했지만, 여전히 기록되지 않는 일상이 흘러갔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프로덕트를 만들었다.
기획자로서 이건 꽤 뼈아픈 결론이다. 나만을 위한 프로덕트였지만, 스스로 유즈케이스를 분석해보지 않았다.
문제를 다시 정의해볼까
앞서 기록이 남지 않는 문제가 시스템에 있다고 정의했다.
기록을 남기지 않은 이유는 뭘까. 슬랙이 불편해서? md 변환이 번거로워서? 아니다. 슬랙에 뭔가를 쓰려면 이미 생각이 정리되어 있어야 하는데, 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하는 편이라 애초에 “짧은 기록”이 아니라 펼쳐놓고 생각할 공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슬랙은 제한된 마크다운만 사용이 가능하다. 테이블이 안된다니, 나는 테이블로 생각하는 사람인데. 모바일로 마크다운 테이블을 만들면서 정리하기? 남기고 싶은 기록이 생겨도 미루는 일이 반복됐다.
문제는 여전히 시스템에 있다. 틀린건 문제 정의가 아니라 솔루션이다.
블로그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
솔루션을 바꾸기로 결심하면서 기록을 프라이빗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하기로 결심했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주변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리기부터 시작하라고 하지 않나. 공표된 사실로부터 동기를 다잡고, 행동 양식을 바꿀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래서 이번 솔루션은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 열린 광장으로 무대를 바꾸어보기로 결심했다.
노션을 콘텐츠 관리 시스템으로 사용하기
예전에 만들어둔 기술 블로그도 있고, 네이버나 티스토리도 있는데 왜 노션 CMS인가?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 비약이 좀 심하지만, AI와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바로 Notion에 초안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기록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또, 일반 블로그는
내 공간 이라는 생각이 잘 안들기도 하고. 나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나만의 웹페이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또, 데이터를 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홈에는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영역과, 요즘 내가 몰두하는 것들을 전시하는 영역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포스팅과 프로젝트 메뉴도 분리했다.
하드코딩 영역과 관리 콘텐츠로 분리하여 스키마를 설계하고, 노션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노션을 CMS로 블로그를 새로 만들자.
- TypeScript, React, Next.js, TailwindCSS
- notion-hq, react-notion-x
- GA4, GTM 연동
나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바이브 코딩을 해보자.
기획은 Gemini 와 Claude로, 개발은 Gemini와 Claude-code를 병행 사용했다.
바이브 기획
[스키마 설계]
블로그를 만들기로 결심한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IA와 스키마 정의였다. 블로그에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지, 페이지 구성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노션의 DB는 어떻게 세팅할 것인지. 스키마 초안을 자연어로 정리해서 Gemini와 초기 설계를 함께 했다.
먼저 블로그 포스팅 스키마를 먼저 정리한뒤, 그 외 페이지를 꾸미기 위한 cms 테이블을 2개 추가했다.
[디자인]
블로그는 나를 전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내 블로그의 특성과 내 개성과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컨셉을 고민하다가 오늘의 SLIP 미니웹앱에서 생각했던 “draft”, “기획자의 책상” 같은 아이디어를 그대로 이어가보기로 했다.
오늘의 SLIP은 채팅 내용을 골라서 문서를 내보내는 액션 중심의 서비스이고 사용자는 나 뿐이었기 때문에 알록달록한 컬러와 실험적인 UI 스타일을 차용했었다. 하지만 블로그는 포스팅을 보여주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가독성을 최우선으로, 심플하되 약간의 개성을 더하는 디자인 컨셉으로 결정했다.
마스킹 테이프, 삐뚤빼뚤 손으로 찢은듯한 테두리로 “손으로 작성한 문서” 감성을 한스푼 더하는 것으로 확정.
바이브 코딩
초반에는 Gemini 웹 채팅으로 기능을 기획하고 → 코드를 복사하여 프로젝트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전 프로젝트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후에는 클로드 코드로 CLI 바이브코딩을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코드 파악도 잘하고 채팅과 복붙을 병행할 때 보다 배는 빨라졌다.
노션 API로 페이지를 불러오고,
react-notion-x로 렌더링하고, 블로그 구조를 잡는 작업을 대화하듯 이어갔다. 컨텍스트가 날아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험이 없진 않았지만, 전체 흐름은 막힘 없이 굴러갔다.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까?
클로드를 메인 AI로 바꾸면서 워크플로우가 단순해졌다. 슬랙 파이프라인 때는 조각을 쌓고, 파일로 만들고, 아이디어를 추출하고, 그제서야 기록이 됐다. 지금은 그냥 대화하면 된다. 대화 후 “노션 MCP로 초안 남기자” 한 문장이면 1차 기록이 된다.
그리고 그 기록을 퇴고해서 공개한다. 공개한다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조건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주변에 알리면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것처럼, 기록이 쌓이고 있다는 게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사실이 지속할 이유가 된다.
마찰이 줄었고, 멈출 이유도 줄었다. 이번엔 될 것 같다.
1편, 2편은
오늘의SLIP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이번 편부터 오늘의기쁨으로 프로젝트 타이틀이 바뀌었다. 오늘의 조각을 내일의 기쁨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당찬 포부에서, 오늘의 기쁨을 전시하는 것으로 다시 이어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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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구현 과정 — 어떤 결정을 했고 어디서 막혔는지는
오늘의기쁨 #4로.